●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 창시자 - 바라바시 美 노스이스턴大 교수
인터넷·GPS 등 행동정보 저장…'미래의 프라이버시' 피해 경고
인터넷·GPS 등 행동정보 저장…'미래의 프라이버시' 피해 경고
당신이 오늘 출근해 누구와 만나 무엇을 먹을지,퇴근한 뒤에 어느 곳을 갈지 제3자가 맞힐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인간의 행동은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링크' '버스트' 등의 저자이자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 창시자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45 · 사진)는 "인간의 행동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디지털 포럼' 참석차 방한한 바라바시 교수는 26일 기자와 만나 "스마트폰과 위성항법시스템(GPS)CCTV 등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기록할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날수록 예측 가능성은 10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지휘하는 노스이스턴대 네트워크연구팀은 유럽 휴대폰 사용자 10만명의 6개월치 위치 정보 데이터를 갖고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분석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인간의 움직임이 수학적 공식처럼 일정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바라바시 교수는 "특정 인물의 과거 행적까지 누적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행동을 90% 가까이 맞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변 지인들의 움직임까지 연결해 함께 분석할 경우 100%에 가깝게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인간은 일을 하거나 움직일 때 '우선 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사람들은 우선 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개인의 행동 패턴은 물론 사회적 현상까지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롯데 자이언츠가 10연승을 달리다 패배를 당하자 다음날 부산시내 병원에 갑자기 환자가 급증했다. 좋아하는 야구팀이 연승을 거두면서 급하게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행동의 우선 순위를 야구 관람에 뒀던 것이다. 그러다가 패배를 당하자 그동안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병원에 몰린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행동을 정교하게 분석해낼 수 있게 된 것은 정보기술(IT)의 발전 때문이다. 바라바시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IT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며 "인터넷 GPS CCTV 등 온갖 장치를 통해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동통신사 등은 수많은 개인정보를 다양하게 갖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두렵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고객과의 신뢰 등을 이유로 정보 보호에 힘쓰고 있지만 미래의 행동 정보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바라바시 교수는 "지금은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라며 "미래 예측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사람들은 '미래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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